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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Sep 10, 2016

한가위를 앞두고

 

참으로 길고 무더운 여름, 급기야 가을이 오지 않으려나 하는 기우는 말끔히 사라지고 누군가 자고 나니 가을이 되었다고 표현하듯이, 하늘은 푸르고 구름은 높이 떠오르는 계절이 되었습니다. 특히 비 온 뒷날은 세수한 아이 얼굴처럼 세상이 더 깨끗해지고 산골짜기나 산허리에 안개도 걸쳐 있는 것이 참 아름답습니다. 간밤에 내린 비로 인해서 산책길에 풀이 조금 젖어 있겠지만 이 상쾌한 아침에 가을 공기를 마시며 잠깐 걷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당뇨병, 어쩌면 변장하고 제게 배달된 하나님의 선물 보따리 같습니다.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할 상황이 아니었다면, 지난 주간처럼 잠이 모자라고 피곤하면 산책을 할 리가 만무합니다. 사택을 나서면 5분 거리에 소나무 숲이 시작됩니다. 오른쪽으로 올라가든 왼쪽으로 내려가든 비슷한 시간이면 울창한 소나무 숲을 만나니 감사합니다. 하나님이 수십 년 전에 일찍 심어서 가꾸어 주신 숲이라는 생각이 들어 더욱 감사합니다. 한 시간 가량을 걸으면 5천보 정도의 걸음 수효를 알려 주는 스마트한 시대이니 또한 감사합니다. 게다가 남편의 건강을 위해서 험한 길 마다하지 않고 동행해 주는 아내가 있으니 감사가 이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늘 다니는 산책길이지만 추석을 앞두고 있어서 달라진 면이 있습니다. 평소에는 버려져 있던 무덤들이 벌초를 해서 산뜻하게 이발을 한 것 같은 느낌을 안겨줍니다. 조상묘를 돌아보는 아름다운 풍습이 아직도 남아 있는 우리나라가 참 좋습니다. 나란히 누워계신 부부의 묘를 지나면서 그런 생각도 해 봅니다. 살아 계실 때는 아옹다옹 싸우기도 왜 안했겠습니까만 죽어서도 이렇게 나란히 묻혀 있을 사이라는 것을 일찍 알았다면 부부 싸움 횟수가 좀 줄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쩌면 지난여름 3주간 동안 세 차례, 열심히 부부성장학교를 인도한 후유증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벌초가 단순히 조상묘를 돌아보는 차원이 아니라 유교사상에 찌든 우리나라에서는 조상숭배라는 종교행위를 위한 것이기에 깔끔해진 무덤을 바라보는 마음이 깔끔하진 않습니다. 그렇다고 추석에 시사(時祀)를 지내는 것을 천주교처럼 단순한 문화로 인식하는 것도 옳지 않지만, 조상숭배를 우상으로 거부하는 우리 기독교인의 입장은 여차하면 불효라고 오해될 수가 있기 때문에 마음이 편치를 않습니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한가위 명절이 종종 아름답지 못한 종교가 서로 다른 가족 간의 충돌의 절기가 될 여지도 있습니다. 그래서 한가위 감사예배를 드리면서 세상을 떠난 부모님들의 추억을 떠올리고 모처럼 명절을 맞이해서 만나게 되는 친인척과의 교제도 돈독히 하는 기회로 삼는 지혜로운 처신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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