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2014-03-30 봄이오면
봄이 오면 . . .
이제 3월이 거의 다 가고 있습니다. 봄이 오는가 하더니 갑자기 여름이 된 것 같습니다. 하나씩 피기 시작하던 흰 목련은 이제 활짝 피어서 바람에 꽃잎이 하나씩 흩날리기 시작하고 언제 필지 기약이 없던 붉은 목련도 하나씩 피어나기 시작했으니 오늘 주일은 만개할 것 같습니다. 창밖에 바로 보이는 벚꽃도 피기 시작하고 산해당화도 겁나게 많은 꽃망울이 피어나면 봄 정원은 그런대로 아름다운 모양을 갖출 것입니다. 겨우내 변함없이 푸른 절개를 보여준 소나무와 대나무도 새로 세수한 모습입니다.
지난해는 참으로 오래 기다렸지만 동네에 들어오는 길을 넓히고 깨끗하게 포장을 하고 끝부분에는 하얀 선을 그어 놓았으니 그 길을 다닐 때마다 감사하는 마음이 저절로 나옵니다. 게다가 바로 앞집이 새 주인을 만나서 아름답게 베이지색으로 단장을 하고 나니 서재에서 내다볼 때마다 감사합니다. 전에는 제가 돈을 들여서라도 페인트를 칠하고 싶었다니까요.^^ 게다가 새 주인의 집 가꾸기는 봄이 오니 본격적으로 시작하나 봅니다. 올망졸망 검은 봉지에 여러 가지 봄꽃들을 사가지고 와서 자주 심고 있습니다. 그래서 6년 전에 저희가 이사를 왔을 때를 떠올리며 그분의 기쁨을 살짝 훔쳐봅니다.
또 우리 집과 입구를 공유하고 있는 이층집도 대대적인 정원손질을 시작했습니다. 척과 전원주택 단지의 많은 조경공사를 했다는 전문가를 불러서 며칠 전부터 조경을 하고 있습니다. 조그만 웅덩이도 만들고 장난감처럼 웅덩이로 물이 흐르는 물길도 만들고 장식용 돌담도 꾸미고 포클레인까지 동원되어서 커다란 조경석을 옮기고 새로운 조경수를 심고 며칠째 공사 중입니다. 그래서 작년에는 동네로 올라오는 길이 손질되는가 하더니 경로당이 새로 자리 잡고 올해는 이집 저집 아름답게 단장을 하니 동네가 점점 더 아름다워지고 있습니다. 서로 서로 선한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한 것은 뒷산 전부를 만지시는 하늘 아버지의 손길입니다. 모든 초목을 하나도 예외 없이 봄맞이 대열에 모두 참여시킵니다. 지금은 뒷산 어디를 가나 진달래가 만개해 있습니다. 나도 모르게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라고 흥얼거리다가 스스로 놀랍니다. 아, 이전에는 산에만 아니라 들에도 진달래가 피었나보다 라고! 어린 시절, 머슴이 산에 가서 캐어온 마당 가득히 널려 있던 진달래나무가 기억 속에 떠올랐습니다. 그때는 불을 피우는 재료들이 온갖 나무들이었으니까 아낌없이 긁어오고 베어내고 파오던 때였기 때문입니다. 다행이 더 이상 나무들이 연료로 사용되고 있지 않으니까 갈수록 아름다운 산천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