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익혀야 할 삶의 예술(2010년 7월 18일 칼럼)
요즈음 우리가 사는 방식을 잘 관찰하면 50년, 100년 전과 확실히 달라진 부분이 많습니다. 아직도 옷을 입고 음식을 먹고 집에서 사는 것은 같습니다만 입고 다니는 옷의 스타일, 다양한 먹을거리, 주거환경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50년 전에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런 변화를 예상하지 못했지만 변화는 당당히 우리의 삶에 찾아왔고 우리의 삶의 스타일을, 바뀌기 원하는 사람에겐 애인처럼, 싫어하는 사람에겐 폭군처럼 찾아와 조용하게 바꾸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새롭게 자리한 좋은 것들도 많고,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도 많습니다.
특히 바쁘다는 이유로 우리는 제대로 삶을 살아가지 못하고 떠밀리듯 흘러 보내지 않는지 염려스럽습니다. 참으로 소중히 가꾸어야할 관계, 하나님과의 관계나 이웃과의 관계는 밀쳐버리고 그렇다고 잘 생각하면 별로 중요하지도 않는 잡동사니 같은 일들에 파묻혀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을까봐 두렵습니다. 시간을 들이지 않고는 하나님과의 관계나 소중한 인간관계도 의미 있게 만들어 갈 수가 없다는 사실을 자주 잊는 것 같습니다. 매일 주어지는 하루 24시간을 주도적으로 사용하는 훈련을 시작해야 남은 삶이 향기로울 것이라고 믿습니다.
마당가에 피어있는 아름다운 꽃들을 바라보는 나의 태도도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우매함이 묻어 있는 것 같습니다. 꽃 양귀비들이, 빨갛게, 노랗게, 연분홍으로 아무리 현란한 색깔로 유혹해도 유혹을 받는 것은 벌과 나비이지 나는 힐끗 바라만보고 만다는 사실이 정말 싫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노력을 합니다. 그것도 단 10초를 넘기지 못하지만 가만히 그 꽃 하나, 하나를 바라보려고 시도를 하곤 합니다. 오늘은 흰 수련이 고고한 자태를 꽃 피우고 있어서 연못 가까이 다가갔지만 역시 수련을 바라본다는 것이 몇 초를 넘기지 못하고 시선은 또 다른 꽃들로, 노니는 작은 물고기로 향합니다. 어리석게도 바라보아야 할 사물들이 내게는 너무 많은가 봅니다.
책을 대하는 것도 읽은 장수에 치중하기가 쉽고 사람을 대하는 것도 마치 몇 명을 만나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모습이 아닌지 자문합니다. 그나마 다행한 것은 컴퓨터 덕분에 웹교적을 통해서라도 성도들의 상황을 접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오프라인과 같은 만남은 아니지만 온라인 만남도 전혀 만나지 못 하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아무 것도 없는 것보다는 뭔가 있는 것이 훨씬 낫다고나 할까요. 많은 페이지를 읽으려고 쫒기는 것보다는 한 줄을 읽어도 거기 흐르는 생수를 마시기, 가만히 시간을 들여서 사물을 응시하기, 바쁜 가운데도 성도들을 차분히 돌아보기, 영원한 진리를 시간을 들여서 묵상하기, 자주 하나님을 의식하고 빠져 살기 등 새롭게 익혀가고 싶은, 삶의 예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