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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Sep 24, 2016

커밍아웃 스토리

 

꼭 두 주일 전입니다. 가끔씩 찾아오는 불면증의 영향으로 그날은 새벽 3시에 아내가 잠이 깨어서 아침 7시경에 집을 나서면서도, 남편의 헤어스타일을 감지할 상황이 아니었나 봅니다. 그래도 날이 밝으면 운전은 자기 몫이라고 생각하여 차를 몰고 예배당으로 달리면서 계속 하품을 하기에 다운동에 접어들면서 차를 길옆으로 세우고 기사교체를 했습니다. 조수석에 앉자마자 곧 바로 의식을 잃었다고 하는 것이 정확할 만큼 바로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살롬 주차장에 도착해서 서재로 올라오면서 늘 참석하던 1부 예배 대신에 2부나 3부 예배에 참석하라고 권하고 나는 예배 팀을 기다렸습니다.

 

그날 사회는 권영진 목사님, 기도는 서무완 장로님이셨습니다. 서 장로님이 깜짝 놀라서 저를 바라볼 때까지 한 번도 생각조차 하지 못한 사고를 비로소 확인하고 급 수습을 하려고 서재 안쪽 방으로 들어가서 엑스트라 가발을 찾았지만 언젠가 다 치웠는지 보이질 않았고, 아내는 내가 들어왔는지도 모르고 곤한 잠에 빠져 있었습니다. 1부 예배 시간 5분 전인데 달리 어쩔 수 없다는 상황을 인식하고 가발의 세계로부터 커밍아웃하기로 맘을 먹었습니다. 그 무더운 지난여름을 지내면서 얼마나 불편했는지 모릅니다만 남은 34개월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오늘이 그날이라 여기기로!

 

예배 팀 세 사람이 돌아가며 준비 기도를 마치고 예배실에 올라가니 아니나 다를까 시온찬양대에서 눈썰미가 좋은 몇 분이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불현듯 처음 가발을 썼던 날이 기억났습니다. 그 전 토요일에 가발을 하고 당회원들과 저녁을 먹었으니 1부 성가대의 주요 멤버인 장로님들 가운데 한 분이 짓궂게 말했답니다. “오늘은 정 목사님 동생이 설교한다!”. 그 때 이어지는 예배마다 얼마나 기쁨과 웃음을 선사했는지 몇 주 동안 지난 지진을 능가하는 울산교회 뉴스거리였습니다.

 

머리칼이 화면으로 보는 것처럼 그렇게 황량한 사막은 아닌데 영상이, 카메라가 날 괴롭혀서,저의 머리를 손질해 주시던 집사님과 그 동생분이 거금을 출연해서 선물로 그 가발을 마련하겠다고 했을 때, 본래 뭔가 주겠다는 제안을 잘 거절 못함(?)이 단초가 되어서, 아니 새로운 시도를 즐기는 성품이 한몫해서 가발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몇 달 뒤에 선물을 하신 집사님께 찾아가서 다시 벗으면 안 되겠냐고 문의를 했지만 라는 응답 때문에 6~7년을 계속 했을까요? 하여간 커밍아웃한 그날의 반응은 젊은 엄마들은 보기가 민망했는지 저와 눈 맞춤을 피했고, 좀 나이가 드신 분들은 잘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고, 은퇴하신 장로님 한 분은 이제 마음이 편하네요.”라고 말했습니다. 가발한 목사에 대해서 그동안 마음의 부담이 컸나 봅니다. 어쨌거나 서로 새로운 적응이 필요하겠지만 다시 돌아가진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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