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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Sep 18, 2015

어머니를 보내고

 

목요일 아침 6시 반, 집을 나서는데 차창에 비가 뿌리고 있습니다. 어제 좋은 날씨, 하관예배 때는 살짝 구름기둥까지 배려하신 분께서 오늘은 비를 내려주시니 예쁜 봉분에 입힌 잔디가 뿌릴 잘 내리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하나님이 얼마나 세심하신지요? 선하시고 인자하신 그분을 알아가는 그 놀라운 특권을 밀쳐두고 쓸데없는 일들에 시간을 소모하는 어리석음을 용서해 주시길 . . . 이제 남은 날들은 가장 소중한 일을 먼저 하고, 그 일에 좀 더 시간을 쓰는 훈련을 하고 싶습니다. 총회 일을 위해 울산역으로 가는 길가에 핀, 비를 맞아 촉촉한 모습의 코스모스가 또 다시 어머니 생각을 나게 합니다. 사실 코스모스는 아버지가 젤 좋아하던 꽃이고 어머니는 어떤 코스모스보다 아름다운 아버지의 꽃이셨습니다.

 

그러나 남편을 앞세우고 어린 자녀들을 키워내어야 하는 어머니는 더 이상 가냘픈 꽃으로 남을 수는 없었습니다. 10년 전, 85세가 되었을 때 당신의 마음을 비로소 열어주셨습니다. “이젠 외롭다.”, 그 때조차 저는 농담으로 받았습니다. “어머니, 진작 말씀하시지요! 지금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어떻게 할 수 있습니까?” 아마 그 때 비로소 우릴 키우시던 긴장된 마음을 풀고, 당신의 삶을 마주 대할 수 있었나 봅니다. 한 사람으로, 홀로된 한 여인으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 진솔한 고백에도 진지하게 반응하지 못한 아들이었습니다. 이제 어머니 마음을 가장 잘 알아주실 하늘 아버지의 품에 안기셨습니다.

 

나이 육십이 넘어 칠십을 향하고, , 박사 학위를 받은들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허공을 향해 눈을 크게 뜨고, 마지막 숨을 몰아쉬는 순간조차 임종을 감지하지 못한 어리석은 아들을 두고 훌훌히 떠나셨습니다. 그래도, 마지막 4시간은 임종을 지켜볼 수 있었으니 부족한 자에게 베푸신 하나님의 은혜가 넘칩니다. 그 소중한 시간에 아내와 함께 당신이 좋아하던 찬송을, 당신의 남편이 즐겨 부르던 찬송을 들려드릴 수 있었고 아내가 감사의 말을 할 때는 고개를 끄덕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주일 전한 시편 말씀 나의 사는 날 동안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정녕 나를 따르리니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거하리로다를 떠올리며 함께 기도를 드릴 때에 기력이 쇠하여 눈조차 뜨지 않고 계시던, 입안에 설치된 산소공급장치 때문에 말조차 분명하게 하지 못하던 상태에서 아멘이라고 알아들을 만큼 고백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들의 목회를 위해서 90세가 넘도록 스스로 조석을 챙기시다가 3년 반, 며느리의 손길을 통해 공궤 받으셨을 뿐입니다. 이젠 아들 목회에 더 이상 짐이 되지 않으려고 훌쩍 떠나셨네요! 땅에 머물 때에도, 떠날 때도 오직 아들을 위해서, 그의 목회를 위하겠다는 일념으로 사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마지막 임종의 자리에서 아들도 했어야 할 고백을 뒤늦게나마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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