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2016-11-27 가을을 보내며
가을을 보내며
구주대망 2016년 가을을 보내는 마지막 주일입니다. 금세 날씨가 추워졌죠? 그 무더위 속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현실입니다. 물론 상상할 수는 있었지만 그때는 느낌이 동반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 쌀쌀한 날씨는 지금 가을을 말하기가 무색할 정도입니다. 그래도 두툼한 옷으로 갈아입고 심호흡을 하면서 현관문을 나섭니다. 열심히 해도 주 4회 정도밖에 시간이 나질 않는 한 주간의 산책이기 때문입니다. 감사하게 집을 나서 5분 정도면 소나무 숲으로 들어갑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새로운 카펫으로 개비해 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새로운 카펫으로 교체해 주셨다는 말입니다.
간밤에 세차게 불었던 바람덕분에 완연히 새로운 소나무 낙엽(갈비)이 두툼하게 깔려 있고 여기 저기 큰 잎의 낙엽들이 무늬를 놓은 멋진 카펫입니다. 이 세상 어떤 부자도 거실의 양탄자를 해마다 교체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가성비 때문이겠죠? 하지만 우리 하늘 아버지는 뭐든 넘치도록 허락하시는 분이십니다. 쿠션도 보통이 아니고 은은한 솔향도 코끝을 자극하는 게 무시할 수 없습니다. 요즈음 용어로 표현하면 자연친화적이고 저절로 힐링이 되는 산책길입니다. 가끔씩 푸드덕 놀라서 날아가는 꿩들까지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게다가 KBS 클래식 음악도 동행을 합니다. 콩(Kong)이란 앱을 스마트 폰에 다운 받아서, 최근에 구입한 물통 크기의 JBL 스피커를 허리가방에 넣어서 걷다보면 음악실이 따로 없습니다. 물론 부피 때문에 무게가 느껴지긴 하지만 스마트폰 음질과는 비교가 안 되니 기꺼이 그 무게를 감당하기로 결단을 내리고 산책길에 함께 합니다. (사실은 지난 번 자전거를 타기 위해서 구입했는데 산책까지 그 용도가 넓어졌습니다. 가격은 좀 했지만 제주도에서 이틀 자전거를 타면서 즐긴 것만으로도 그 값은 이미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길을 따라서 올라가다보면 소나무 낙엽, 갈비 길은 끝나고 이제는 큰 잎의 낙엽들이 흩날리고 깔려 있는 새로운 느낌의 길이 나옵니다. “시몽, 낙엽 밟는 소리가 들리는가?”라고 새삼 물을 필요가 없습니다. 사각거리는 소리가 이미 귀를 즐겁게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늦가을의 풍경이 아직도 남아 있고 언제나 동행하는 아내가 함께 걷는다는 것은 최상의 감사제목이겠죠? 이제 가끔씩 생각 속에서 예행연습을 합니다. 떠남과 죽음이 오면 누구든 혼자 남아야 하고, 고통스럽지만 배우자를 대신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다가 자신의 차례를 맞이해야 하겠죠? 하지만 “사는 것이 그리스도니 죽는 것도 유익함이라”고 고백하는 신앙인으로 마지막을, 그 때는 맞이하고 싶다고 미리 기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