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보
2009-10-18/1면 칼럼
꽃이 참 예쁩니다.
주일마다 예배를 앞두고 그날 사회, 기도, 설교자들이 함께 모여서 준비시간을 가집니다. 차례대로 예배를 위한 기도를 드리고 본당에 올라갑니다. 그런데 지난주일 2부 예배를 앞두고 이 절차를 모두 끝내고 일어서면서 사회를 맡은 권 목사님께서 “꽃이 참 예쁘네요”라고 말하길래 비로소 탁자위에 있던 예쁜 국화꽃을 보았습니다. 토요일에 꽃꽂이 팀에서 접견실에 갖다 놓았으니 토요일 저녁 피택자 모임을 갖기 위해 드나들었을 때도 거기 있었고 주일1부 예배를 위한 준비 모임 때도 거기 놓여 있었습니다. 그러나 “꽃이 참 예쁘네요”라는 말을 할 때까지 눈길을 주지 못했습니다.
꽃잎 끝은 진한 갈색이고 안쪽에는 국화의 노란색이 그대로 남아 있는 송이가 작은 국화 꽃들이었기에 그 말을 듣고 쳐다보니 정말 예뻤습니다. 꽃잎 끝의 색깔은 마치 화가가 마지막 붓질을 해서 애교를 부린 것 같아서 한 번 더 눈길이 갔습니다. 어찌 접견실 탁자에 놓여 있었던 그 예쁜 국화꽃만 눈길을 주지 못하고 살겠습니까? 주변에 창조의 걸작들이 널 부려져 있는 아름다운 세상에서 바쁘다는 핑계로 하나님의 솜씨를 감상할 여유가 없이 사는 제 모습이 스스로 부끄럽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했습니다. 아시죠? 제 주인께서는 눈코 뜰 새 없이 저를 혹독하게 부리시려 드는 분이 아니십니다. 다만 저의 잘못된 생활습관이 주인이 맛보고 즐기도록 주신 것을 무시하며 살고 있을 뿐입니다.
하늘이 맑고 높은 가을입니다. 떠 있는 구름이 참 아름답습니다. 아침저녁 공기가 더욱 상쾌해졌습니다. 바쁜 걸음걸이 잠간 멈추고 팔을 벌려 심호흡을 할 여유를 가져봅시다. 가을을 맞아 예쁜 것이 국화꽃이 전부는 아닙니다. 하늘거리는 코스모스, 소담하게 피어있는 금잔화, 길가의 구절초도 있습니다. 게다가 황금물결을 치고 있는 벼를 심은 논들도 아직 들판에 남아있습니다. 시골에는 집 주위에 아니면 논과 밭 언저리에 익어가는 감도 그 색깔이 참 곱습니다. 관찰할 여유가 없고 보아도 표현할 말들이 부족할 뿐입니다. 말로 다 옮기지 못하더라도 바라보기만 해도 복 받은 사람입니다.
사랑하는 울산교회 성도 여러분, 우리 하늘 아버지께서는 비록 우리가 도시에 살아도 계절의 변화를 눈치 채기를 바라십니다. 그리고 꼭 아파트에 살 이유가 없는 분이라면 저처럼 시골로 거처를 옮기시면 훨씬 계절의 변화를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이웃 어떤 교회 목사님은 최근 50여 평의 아파트로 옮겼는데 4억을 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두산리 사택은 수리비 합해서 2억 7천이었습니다. 괜찮은 아파트에 사는 분들은 시골로 이사하는 돈 걱정은 없어 보입니다. 근방에 근사한 전원주택 전세는 1억이면 충분합니다. 학령기의 자녀만 없다면 한 번 생각해 보실 수 있습니다.
- 정근두 목사 -